• 최종편집 2024-03-19(화)
 

11월 29일 사업장 화학물질 배출저감 의무제도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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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9일은 의미있는 화학물질 안전관리제도가 시행되는 날이다.

이 제도가 의미가 있는 이유는 2012년 구미불산 누출사고 이후 제⦁개정된 화학물질제도 중 사업장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있어서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만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에 개정된 화학물질관리법 제11조2에 따르면 화학물질 배출량조사 대상 사업장 중 유해성이 높은 화학물질을 연간 일정량 이상 배출하는 등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사업장은 5년마다 화학물질 배출저감계획서를 작성, 이행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배출저감계획서 이행에 대하여 기술적·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고 관계 공무원으로 하여금 해당 사업장을 출입하여 배출저감과 관련된 현황을 조사하게 할 수 있다.

 

미국의 독성물질사용저감법 TURA(Toxics Use Reduction Act) 주요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제도는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인 화학물질 자체의 배출량을 저감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배출저감의 주체는 사업주이고 배출저감 이행의 조력자로 해당사업장 소재 지자체장의 의무를 명확히 규정했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2012년 구미휴브글로벌 불산누출사고 이후 화학물질안전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 보장을 위해 활동해온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건생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이하 건생지사)은 몇 가지 문제점과 함께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대상 물질과 사업장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

환경부는 시행년도인 2019년 대상물질은 1급 발암물질 중심으로 9종(벤젠, 염화비닐, 트리클로로에틸렌, 1,3-부타디엔, 클로로포름, n,n-디메틸포름아미드, 디클로로메탄, 아크릴로니트릴, 테트라클로로엔틸렌)을 선정하여 고시하고 해당사업장은 전국 367개 사업장이라고 밝혔다. 

 

터무니없이 적은 수이다.

배출저감계획 대상 물질을 유해성이 높은 화학물질부터 한다며 2019년 9종, 2025년 발암물질 53종, 2030년이 되서야 배출량조사대상 전체물질 415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검토결과 53종까지 실시하더라도 사업장 수가 1,000개 남짓 한 사업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상 사업장은 9종 물질을 연간 1톤 이상 배출하는, 종업원 수 30인 이상 사업장으로 국한시키면서 전체 배출량조사 대상 사업장 3,732개 사업장 중 불과 10%에도 못 미치는 367개 사업만이 배출저감제도 적용사업장에 포함되었다.

 

행정과 재정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1급 발암물질부터 시작한다는 환경부의 주장은 시행초기 주민의 반발에 부딪힐 것이다. 1급은 위험하고 2,3급 그리고 기타 신경,생식독성 물질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인가? 또한, 연간 1톤 미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그나마 고시를 통해 지자체장에게 해당지역에서 배출저감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되는 화학물질이 있는 경우 매년 대상 화학물질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게 하였다.

 

이 제도는 시민사회가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는 저감대상물질 목록 개정 및 물질 지정의 의사결정 사항에 대하여 다양한 이해당사자(TURA Advisory Committee: 자문 위원회)와 전문가의 의견(Science Advisory Board, 과학자문위원회)을 반영하는 절차가 있다는 점을 주장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미국의 자문위원회, 과학자문위원회와 같은 지역협의체가 구성되어 지역의 주민과 관계기관이 함께 논의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 특성에 맞는 주민의견이 제대로 수렴된 저감대상물질이 지정될 수 있다.

또한, 환경부는 30인 미만 영세소규모사업장에 대한 배출저감 지원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둘째, 배출저감계획 검토결과에 대한 주민 의견수렴 절차가 미흡하다.

현재의 법은 환경부가 제출된 배출저감계획을 검토하여 적합여부를 취급사업장에 통보하고 지자체장에게 제공하여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심사기관인 화학물질안전원의 심사경험, 인력 부족으로 인한 검토결과에 대한 신뢰문제와 지자체가 주민에게 고지를 하더라도 주민의 이견이 발생할 경우 이를 수용하여 처리할 수 있는 절차가 존재하지 않아 지역사회의 마찰을 조장할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경우 지역주민은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한 사업장에서 작성 및 제출한 독성저감계획이 적절히 수립된 것인지 주정부에게 검증을 요청할 수 있으며, 주정부는 이러한 요청에 대하여 적절한 답변을 하도록 되어 있다.

 

시급히 수렴절차를 하위법령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화학물질안전원에서 1차 심사를 한 후 일정 기간 지자체를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이 기간 중에 이의제기가 없을 경우 심사를 종료하고 이의제기가 있다면 이를 반영한 추가심사과정을 거쳐 완료함으로써 지역사회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주민의견 수렴은 위에서 언급한 지역협의체를 효과적으로 운영한다면 배출저감계획에 대한 적절한 검증절차가 될 것이다.

 

셋째, 지자체의 사업장 출입·조사 절차가 미흡하다.

 

환경부는 고시를 통해 지자제장이 대상사업장을 출입·조사하거나,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게 하였고 이 경우 해당 사업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하지만 지난 11월 환경부의 전국 지자체 대상 설명회에서 많이 지적되었듯이 지자체가 사업장을 출입하여 구체적으로 어떻게 저감계획을 확인하고 지도할지에 대한 매뉴얼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환경부는 지자체에게 지역주민과 관계기관을 구성원으로 하는 지역협의체를 꾸려서 함께 출입·조사할 것을 지도하고 있는데 이 또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상황이라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지자체가 사업장 출입조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지역주민까지 포함된 지역협의체를 꾸려 실행하라는 환경부의 지도는 아주 바람직하다. 하지만 실제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보다 세밀한 표준화된 하위법령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019년 11월 29일

전남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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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발암물질 안전관리의 근본적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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